奧宣曦 : starry miaow : SUNNY :-)

7,8

DNS(2012,8,6~ l 2012. 8. 19. 22:19

7일, 사원증을 받았다. 내 생의 첫 사원증이네. 콜트 공장에서, 문에 붙은 사원증이 참 서글프게 느껴졌는데, 이 사원증도 참, 힘겨워 보인다. 내 이름이 견출지로 붙어있다. 그만큼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 것 같다.


15일에 6,7,8,9 이렇게 나흘동안 일한 돈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15일은 빨간 날. 그렇다면, 16일에 대충 20만원 이상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잔업도 꼬박꼬박 했으니까. 그런데 1만원이라니! 깜짝놀라 전화했더니 9만원 더 넣어줬다. 10일에 30만원씩 주는 게 자기네 아웃소싱 방침이란다. 그러니 나흘은 10만원이란다. 10일에 30이면, 하루에 3이고, 그렇담 12 아니냐고 물어볼걸 그랬나, 그냥 전혀 못받은건가 하는 불안감에서 해방되어 그 순간은 그조차 감지덕지였다. 물거품처럼 다 날아가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에..



그렇게 10마넌+엄빠에게 받은 돈 2만원 더해서 12마넌에 아이폰3를 샀다. 네이버 중고나라에서, 제주도에 사는 한 학생에게. 지금은 택배직원이 갖고있다. 며칠 안에 내 손에 들어오겠지? 잘 작동되길! 두근두근



아무래도, 일 시작한 초반보다는 익숙해지는 것들이 많아서, 새롭게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들은 줄어든 느낌이다. 그래도, 하루의 풍경을 빠지지 않고 남겨놓을 필요는 있을 것 같아.


베트남 언니들이 넘 귀엽다. 베트남 음악을 들려준 뿌이 언니, 고맙다. 쵸이는 아유미같은 느낌. 정말 손놀림이 날렵하고 똑부러진다. 투화이는 웃을 때 덧니가 드러나는 게 귀엽다. 무표정일 땐 싴한 매력, 웃을 땐 정말로 화안한 매력! 아오이유우랑 느낌이 비슷하기도 하고.


첫 주말은 휴가였어서, 이번에야말로 특근인가, 했는데 다행히 선택할 수 있었다. 이틀 다 빠지고 외할머니댁에 내려갔다 왔다. 또다시 월요일. 세번째 맞는 월요일이네. 힘내자 써닛^^! 좀더 운동하고, 좀더 읽고, 좀더 생각하고, 좀더 써야지. 2012년 하반기 목표는 수불석권.

to LEFT21

DNS(2012,8,6~ l 2012. 8. 15. 15:09

“당신을 이해합니다, designed for humans”. 휴대폰이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광고가 귀에 박힐 듯 들려온다. 그런데 그 휴대폰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가 되어보니 이해받기는커녕, 사람이 아니라 기계 부품이 된 것 같다.


등록금은 비싸고, 물가는 계속 오른다. 불황에 아빠 사업은 잘 안 풀리고, 용돈은 줄고, 자취생활은 빠듯하다.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이지만 알바를 해보려고 했다. 단기 알바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 소개로 아웃소싱 사무실을 찾았고, 근처 공단에서 휴대폰 껍데기 만드는 일을 하게 됐다.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다양한 국적의 언니들과, 한 라인에서, 똑같이 최저시급 4580원을 받고 일한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 건 기본, 저녁 먹고 8시 30분 혹은 그 이상까지 잔업은 반 강제다. 휴일이나 주말에 특근도 웬만해선 필수다.


찰리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봤던 ‘라인’을 실제로 마주하는 건 처음이다. 그 앞에 몇시간이고 꼼짝없이 서서 일하자니 온몸이 다 쑤신다. 1초에 1개씩, 5분이면 300개의 휴대폰 껍데기가 내 손을 스쳐간다. 어마어마한 양의 휴대폰 껍데기들은 다른 공장에서 휴대폰으로 조립되어 상품이 될 것이다. 숨 쉴 틈도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라인이 원망스럽다. 그렇게 빠르게 도는 라인을 타고 만들어지는, 그 많은 휴대폰들이 과연 다 팔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휴대폰을 만들면, 팔아 치워야 하니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광고를 만들고, 광고를 내보낼 것이다. 그걸로는 모자라 기존의 휴대폰을 일부러 잘 고장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안다. 그렇게 버려지는 휴대폰들은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되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까지 파괴할 거다. 정말, 비합리적이고 미친 것 같은 자본주의다.


내가 일한 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끊임없이 스쳐가는 휴대폰 껍데기들을 통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라인처럼, 끊임없이 쌓인다. 그러다가 서로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장난치며 웃음으로 견디거나, 꾸역꾸역 참고 버티기도 한다. 며칠 못 버티고 그냥 나가 떨어져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연간 매출액은 400억이란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받고 힘겹게 만들어낸 이윤을 소수 임원들이 날름 삼켜버린다. 아이들 등록금에, 학원비에, 가족들 식비에, 집세에... 하루하루 생활 꾸려가기 위해서 손목에 파스 붙여가며 매일매일 노동하는 수많은 언니들이 있다. 또 한켠에는 그런 언니들이 만들어 낸 어마어마한 이윤으로 삐까뻔쩍한 외제차 굴리면서 빈둥대는 사장들이 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현실이다.


힘겨움과 불만들이 낱낱이 흩어져 있는 상황이 답답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들이, ‘더 이상은 못 참아’가 되어, 함께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손놓고 일 안 해버리면 제품은 만들어질 수 없고, 이윤도 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로 존재할 때 답답한 현실을 뒤바꿀 수 있다.


'자기 사장과 싸우는 게 가장 어렵다'는 말을 생각한다. 8월이 끝나면 난 이 작업장을 떠날 것이고, 당장에 언니들과 손 붙잡고 사장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막막하다. 그래도, 언니들의 따뜻한 미소를 잊지 않고, 자본주의를 끝장내는 날까지 노력하고 싶다. 자본주의가 공격하고 있는 우리네의 삶들을 지켜내고 싶다.

6

DNS(2012,8,6~ l 2012. 8. 14. 20:34

6일차.


오늘 알게 된 사실인데, 노동법 상 3일 이상 일 안하고 그만둘 경우 임금을 못받아도 보호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일할 경우, 5일 미만 일하면 돈을 받을 수 없단다. 3일 혹은 4일을 일하고 그만둘 경우, 아웃소싱에서 가로채는 것. 헐...지난주 화수목 3일을 함께했던 조선족 태금언니의 임금은 그렇게 아웃소싱 회사가 챙기는 것인가... 아웃소싱 사무실들은 정말 삐까뻔쩍하고, 골프채도 있고, 직원들은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다닌다. 뼈빠지게 일하는 노동자들은 죄다 최저임금이다. 2층에서 사무 일 하는 사람들 중에도, 열명 남짓을 제외하고는 죄다 비정규직이란다. 회사 홈페이지 가보니 연 매출액이 400억이라는데..소름돋네정말..


힘듦과 불만들이 흩어져있다. 티격태격 다투거나, 장난치며 웃음으로 견디거나, 꾸역꾸역 참고 버티거나, 그냥 나가 떨어진다. 답답... 이러한 상황이 착취라는 것을, 우리가 일한만큼 못 받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는 다들 느끼고 있을 터.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자본의 위엄에 억눌려 있거나. 정말 어마어마하니까, 자본은. 낱낱이 흩어진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으니까..


노동조합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손놓고 일 안해버리면 제품은 만들어질 수 없고, 이윤도 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로 존재하고, 공격의 초점을 '자본'으로 향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만 뭉게뭉게... 당장 내겐 아무 것도 없고, 돈이 필요해, 먹고살려면..


'자기 사장과 싸우는 게 가장 어렵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조직이 없는 너무나도 막막한 이런 상황에서 투쟁이 촉발되고 조직이 만들어지고, ..그런 두근거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개강 전까지만 할 단기 알바인데, 정말 이렇게, 이런 생각들, 뭉게뭉게..

1 2 3 4 5 6 7 ··· 37 
BLOG main image
奧宣曦 : starry miaow : SUNNY :-)
충분하게, 깊게, 차분하게
by 빛냥

공지사항

카테고리

전체보기 (110)
사진 (1)
음악 (21)
다짐 (9)
세상 (9)
숨통 (16)
책들 (9)
냥이 (5)
:-) (0)
- * (29)
DNS(2012,8,6~ (8)
스크랩 (2)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