奧宣曦 : starry miaow : SUNNY :-)

전갈 (傳喝) - 이병률

- * l 2010. 1. 2. 13:40

정아씨의 답시^^
감사해요♥






겨우 남긴 몇천원으로는 택시를 탈 수 없겠다 싶어
서둘러 술자리를 벗어나
다급한 형편 되어 전철역을 찾는다
먹물같은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밤
을지로3가 지하도에 들어서니 이불이며 상자조각들을 펴던 부랑인 가운데 한 사내가
긴지하도 저편에 대고 외치고 있다
ㅡ거기 시청 앞 용식이 아침에 밥 먹으로 3가로 오라고 해, 꼭
그 말을 받은 2가의 부랑인이
1가 쪽을 향해 소리치더니 메아리가 메아리를 끌어안는다
ㅡ거기 시청 앞 용식이 아침에 밥 먹으로 3가로 오래
아쉽게도 꼭이란 말은 생략되었으나
1가의 부랑인은 시청 지하도 쪽으로 목청을 높이며
꼭이란 말을 보탰을 것이다
지하도가 굽은 길이 아니어서
마지막에 듣는 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한밤
표를 끊을 새 없이 겨우 몸을 실은 마지막 전철에서
먼 곳으로부터 메아리를 싣고 달려왔을
바퀴들의 수고가 고마워
나도 모르게 숨이 가지런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군가를 불러
따뜻한 국밥 두 그릇 시켜 천천히 먹자 하고
나도 나에게 전갈을 보낸 뒤에
길고도 아름다운 메아리가 도착한 종점 즈음에다
자리를 봐야겠다






길 위의 사람들...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가슴이 쿡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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