奧宣曦 : starry miaow : SUNNY :-)

원종찬교수님의 <청소년문학의 이해> 수업도 종강을 향해 달려간다.

현덕 <나비를 잡는 아버지>(창비)/정유정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비룡소)/ 이금이 <유진과 유진>(푸른책들)/김려령 <완득이>(창비)/김해원 <열일곱 살의 털>(사계절)/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창비)/모리 에토 <컬러풀>(문학수첩리틀북스)

하나하나 빛나는 청소년소설들을 읽고, 조별토론을 하고, 각 조의 토론 내용을 나누고,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소설을 이해하고, 인물을 이해하고, 중고등학생이었던 나를 이해하고, 아직도 청소년인 나를 생각할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

종종? 꽤 자주..ㅠㅠ책을 못읽고 가서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일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내 의지박약과 게으름을 한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읽을 때는 열심히 읽었다!^^ 조별 토론이 넘 재밌었다 ㅎ.ㅎ

중간에 한번은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읽고, 소설가 최제훈씨와의 만남을 가질 수도 있었다. 청소년소설은 아니었지만, 현대인의 심리를 다룬 작품들이 좋았다.

 

중간 기말 시험 대신,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작품을 읽고 A4 두 장 짜리 감상문을 써가는 것도 넘 좋다! 헤헤 아직 기말 감상문을 안썼는데..

중간에 썼던 감상문, 그 때는 출간예정작이라고 했었는데 신문에 소개글이 실려서 넘 반가웠다!! 우연히, 6월 10일 나눠주던 한겨레를 받았는데 거기 실려있어서 더 반가웠음!
 




 <어느 도마뱀 이야기>에서 <내 이름은 망고>로 제목이 바뀌었다. 내가 썼던 감상문에서 지적했던 부분이었는데, 이렇게 반영돼서 나오니 신기했다 ㅎㅎㅎ 물론 꼭 내 지적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제목 말고 또 바뀐 부분이 있을까? 책으로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


내이름은망고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청소년소설
지은이 추정경 (창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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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문학의 이해
12092220 한국어문학과 2학년 오선희

어느 도마뱀 이야기 – 비평적 감상문
 

 이 작품은 일단 재밌고 읽기 쉽다. 열일곱 소녀인 주인공 ‘수아’의 일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다. 수아는 “자식 교육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면서 최소한의 언행일치는 보여줄 수 없는 걸까?” 하고 스스럼없이 엄마에 대한 불만을 내뱉는다. 이런 말투는 조금은 퉁명스럽고 삐딱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청소년 독자가 친근하게 느끼고 읽을 만하다. “나도 쑤어스데이다.”, ‘뭐야, 기분도 꿀꿀한데 말도 짬짜면이 되네.’ 하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청소년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표현을 쓸 정도이다.
 

 ‘캄보디아’라는 공간적 배경도 흥미롭다. 관광지로 알려진 곳, 익숙하지 않고 생소한 곳을 수아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청소년에게 숨구멍이 되기에 충분하다. ‘섭섭하이’라는 인사도, ‘클랑클랑 띡띡’이라는 표현도 재미있다. 수아는 얼떨결에 가이드가 되고, 유적지 곳곳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 설명을 듣고있노라면 당장이라도 캄보디아로 날아가고 싶어진다.
 

 수아는 두 볼 가득 불만을 물고서 등장한다. ‘하고 많은 나라를 두고 이렇게 지지리 못하는 나라를 택한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거지 같아.”라는 욕지기를 날린다. 수아의 이런 성격은 조금은 특별한 엄마와 아빠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엄마는 ‘술고래가 돼버린 마흔다섯 뚱땡이 아줌마’이고, 아빠는 ‘순순히 엄마에게서 나를 양보해준’, ‘내 의사에 대해 손끝만큼의 관심도 없는’ 사람이다. 부모의 이혼이 완전히 보편적인 것은 아니어도, 부모에 대한 혹은 자기 주변에 대한 불만은 청소년들에게 비교적 보편적이다. 그래서 주인공 수아에게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다.
 

 ‘이렇게 철딱서니 없는 엄마가 있을까!’ 가이드 엄마는 갑자기 수아의 돈을 들고 사라진다. 수아의 머릿속에는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밀어닥친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에서 준호가 갑자기 임무를 맡게 되었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수아는 엄마의 가이드 일을 갑자기 떠안게 된다. 동시에 엄마와 영영 이별할 생각을 한다. 돈을 벌어서 아빠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본의 아니게 끌려들어온 상황 속에서 수아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이중으로 키운다. 하나는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대해서고 또 하나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이해를 키우는 것은 곧 수아의 ‘성장’이다. 읽는 독자도 함께 견문이 넓어지고 성장할 수 있다.
 

 수아는 아빠에게 과거에 들은 말을 다시 자신의 입으로 말하면서 과거보다 조금은 자라난 자신을 느낀다. 그리고 그 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의문을 던지고 성찰하고 또 자라난다. 캄보디아는 1975년에 인구 7백만 명 중 150만 명 이상이 죽는 비극적인 역사를 겪었다. 그때 지식인들도 많이 죽었고, 캄보디아가 낙후된 것도 그 때문이다. ‘역사는 남의 나라 역사가 없다, 역사라는 큰 수레바퀴를 봐야 한다’라는 아빠의 말을 떠올리다가 수아는 ‘역시 나는 남의 나라 역사라고 느꼈나보다’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똑똑쟁이 삼콜 할배’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언짢은 영감탱이’라고만 생각했던 할배의 외로운 삶을 측은해하고, 자신의 상처를 몸소 드러내서 캄보디아를 끌어안는 할배의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엄마는 매일 아침 이런 기분을 이기고 일을 나갔었겠지, 이렇게 힘든 순간을 이기는 게 엄마의 일이었구나!’. 수아는 ‘엄마의 대타’라는 독특한 경험을 하면서 처음으로 엄마를 이해한다. “난 왜 만날 엄마 이해만 해야 하냐”고 항변하던 수아가 ‘내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딸이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엄마와 떨어져있는 만큼 엄마가 했던 말을 차분하게 돌아보는 시간도 갖는다. ‘버스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눈높이의 캄보디아,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도 순수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엄마의 명언’이라고 평가하며 또 캄보디아를 다시 바라본다.
 

 또 수아의 곁에는 친구 ‘쩜빠’도 있다. 수아는 쩜빠와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한다. 수아는 엄마가 싫고 캄보디아가 싫었다. 아빠가 그립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할배도 쩜빠도 싫었다. 어떤 사람들인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수아와 쩜빠는 둘 다 갑작스런 상황 때문에 엄마의 일자리로 끌려온다. 덕분에 처음으로 맞닿아 소통한다.
 

 쩜빠는 학비를 벌기 위해 마사지 가게에서 일했던 친구를 이해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친구가 학교에 들어가고, 쩜빠는 외면했던 현실과 마주했다. 자신의 실수를 거울삼아 다시 앞으로, 자기 꿈을 향해 나아간다. 쩜빠의 꿈은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빠 앞에서 압사라 춤을 추는 것이다.
 

 수아는 “쩜빠의 용기가 부럽다. 그런데 내 꿈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고 말한다. ‘꿈’이라는 요소와, 수아처럼 자신의 꿈을 고민하는 인물은 청소년 소설에서 진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같은 또래의 두 아이가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꿈’을 다룬다. 덕분에 진부함이 덜하고 각각의 인물을 더 깊이있게 이해하게 한다.
 

 사람들과 소통할수록 수아의 성장이 느껴진다. 냉소적이고 자기 안에만 갇혀있는 이미지였던 수아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주고 싶어하고, 한국 음식을 먹고싶어 하던 쏙천을 위해 요리를 한다. 떠날 준비를 하며 냉장고 청소 삼아 요리를 하는 것이다. 수아의 엄마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수아는 무사히 한국에 돌아가 아빠를 만날 수 있을 것인지 결말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슬슬 이야기가 정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킬링필드 사원’을 비롯해 열일곱 수아가 만난 세상들은 대부분 ‘아빠’와 맞닿아 있다. 수아의 회상과 꿈속에서만 등장하는 아빠는 수아에게 절대적인 존재다. 너무 평면적인 인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수아는 쩜빠와 달리 아빠와 엄마를 죽도록 미워한다. 그런 쩜빠와 수아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해질 때쯤 이야기는 갑자기 반전에 접어든다.
 

 그냥 단순히 틱틱거리는 관광객이라고 생각했던 부부는 의도적으로 엄마를 찾아온 빚쟁이들이었다. 이 사실을 안 엄마는 갑자기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동시에 수아가 교통사고 당했던 기억을 지웠고, 그 사고로 아빠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갑자기 엄청난 사실들이 쏟아진다. 독자의 입장에서 당황스럽고 너무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캄보디아라는 배경도, 가이드 일을 갑자기 엄마 대신 하게 된다는 상황도 신선하고 톡톡 튀었는데 결말에서 갑자기 진부한 것들이 왕창 안겨오는 것 같다. 빚쟁이들과 교통사고,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는 하나하나 너무 강렬해서 함께 다가왔을 때 더 부담스럽다. 현실성이 급하게 반감된다.
 

 제목이 ‘어느 도마뱀 이야기’인데 도마뱀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굳이 도마뱀을 등장시키지 않아도 됐는데, 그저 제목을 위해 끼워 넣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엄마와 수아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기대했던 결말은 아니지만 소소한 행복과 함께 훌쩍 성장한 수아를 느끼게 한다. ‘아, 나는 지금의 내가 막 좋아지기 시작했다.’라는 한 줄로 마무리되는 것이 소박한 캄보디아와 닮아있어서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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