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2일차.
점심시간에 별 생각 없이 배식대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백발의 아저씨가 옆에 와 앉았다. "어느 부서냐", "온지는 얼마나 됐냐" 등등을 물어봤다. 임원인 것 같았다. 사장인 것 같기도 하고. '돈은 엄청나게 불평등하게 주지만, 밥은 한자리에서 먹는 평등함을 추구하는 회산갑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 일어나자마자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이 내게 다가와서, "담부턴 여기 앉으시면 안돼요" ...핳핳 역시나...겸상하지 않으시는분인데 내가 뭣도모르고 앉는바람에 당황하셨구나...ㅎㅋ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구나, 그런 겸상...그럴 줄 알았으면, 라인 속도 조절 아저씨가 하시냐구, 좀만 늦춰달라고 쫌 해볼걸..ㅎㅎ 라인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 아이가 내 앞에 머무르는 동안, 내가 해야할 일을 도무지 해낼 수 없는 속도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뒤쳐지다보면 나중엔 걷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언니들은 '떠나는 애들' 쿨싴하게 보내고, '오는 애들'을 맞으란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들다고..떠나는 애들 붙잡으려 하다가는 마음만 급해서 점점 더 안된다. 독일 혁명이 시작되고 나서야 혁명조직을 건설하려 했던 로자가 그런 맘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미리'가 중요하다. 미리미리...쉽지않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라인 속도, 그 구조 안에서 우리의 편익은 제로섬이었다. 내가 좀 덜하고 좀 더 편하면, 내 뒷사람은 죽어난다. 앞사람이 자꾸 꼬이고 버벅거리면 나까지 힘들다. 영화 <수영장>이 생각났다. 자유롭게,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엄마에게 "엄마의 자유때문에 주위사람이 힘들다" 했던 딸의 사무침이 떠올랐다. '개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사회의 자유로운 발전'이 되는 사회. 『공산당선언』에서 젤 인상적이었던 구절 중 하나. 나의 자유가 너의 불편함이 되는 사회라는 게 너무나 상식적인데, 나의 자유가 너의 자유, 또 우리의 자유가 될 수 있다는 그 생각열기가 충격적이었다. 문제는 구조다. 통제할 수 없는, 미치광이 자본논리가 아니라 우리, 삶을 살아가는 살아숨쉬는 존재들이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통제한다면 그렇게 미친듯이 라인을 돌릴 필요도 없고, 눈이정말 팽글팽글 @_@ 이렇게 될 필요도 없을텐데...
한국인, 조선족, 한족, 함께 한 라인에서 차별 없이 함께할 수 있어 재밌다. 물론, 비록 관리자들은 모두 한국인인 것 같지만... 물건들 운반하는 바퀴달린..암튼 그걸 타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언니들의 미소가 피로를 다 씻는다.
민감함을 잃지 않고, 무뎌지지 않고, '그러려니'를 경계해야지, 하고 생각하는데..역시나 몸은, 하루째보다 이틀째 되니 좀 덜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라인속도는 넘빨라..숨을 못쉬겠어...ㅎㅋ